사회복지뉴스

집 짓기 위해, 절대 사지 말아야할 땅. 언덕위에 하얀집, 바닷가 전원주택, 전망 좋은 집, 로망은 로망일 뿐 이런 땅들 절대 사지마세요. 

2020. 2. 13.
이틀째 추가확진 없어···"진단역량 2배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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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마리아인의 손길들] 음지 이야기

[위드인뉴스 안영철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

몇 년 전, 한국의 한 남성과 결혼한 필리핀 여성이 갑작스레 사망한 남편을 뒤로하고 자녀 둘과 고국 필리핀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고국에서 살기 더 어려워진 이 여성은 다시 한국을 찾게 되었고, 한국에서 필리핀 남성과 재혼하여 셋째 아들을 출산하고 국내 거주 필리핀 가정이 되었다. 식구 모두 한국말이 서툴고 가난하여 어렵게 살던 중에 설상가상으로 2014년에는 전기 누전으로 가족이 살던 집이 전소되었고, 남편은 전신 화상에 한쪽 팔을 절단해야 했고 화상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하는 데다 둘째 아들 역시 화상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패가망신(敗家亡身)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이와 유사하거나 더 안타까운 형편에 처한 가정이 발생한다. 음지에도 볕이 들 날이 있듯이 이제, 세상의 음지에서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국가와 민간단체와 우리 국민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볼까 한다.

설상가상의 위기를 맞이한 위의 일가족을 돕기 위해 같은 동네의 천주교 성당에서는 성당 내부의 한 공간을 내어 임시 거처를 마련해 주었고, LH 주택공사에서는 전세 자금 6,000여만 원의 대출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며, 성심병원과 이주민센터에서는 팔 절단 수술과 화상 치료를 지원해 주었다(3,000만 원 상당). 둘째 아들의 화상 치료를 위해서는 아름다운 가게와 어린이재단에서 치료비 500만 원을 지원해 주었다. 한 사업체에서는 가구들과 식료품들을 기부해 주었고 해당 지자체에서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가정으로 선정해 주었다.






 







택시기사 자원봉사단체에서는 자녀들의 등하교를 지원해 주는 등 여러 자원봉사자가 솔선수범하여 이 위기 가정의 어려움을 나누어 주었다. 중앙위기가정지원센터의 보고에 따르면 2016년 6월~2017년 5월 사이 한 해 동안 위기를 만난 가정 수는 모두 2,000여 가정, 경제적 손실은 30억여 원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경기도가 5억 4천만여 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이들의 슬픔을 나누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기관은 모두 300개소가 되었다고 한다.

말하지 않으면 세상이 다 알지 못하는 또 한 가지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한다. 출근하여 퇴근할 때까지 욕먹으면서 일하는 직업이 있다. 툭하면 ‘× 같은 년/ 새끼’라는 소리도 듣고, 환자의 기저귀를 교체해 드리는데 팔등을 꼬집히기도 하고, 환자 본인이 착용하고 있는 기저귀를 뜯어 먹는 행동도 한다. 침상에 누워서 5초마다 ‘일어났다 누웠다’를 무한 반복하는 것은 양호한 편이고 ‘야! 일으켜 줘~!’ 해서 일으켜 드리면 10초도 안 지나서 ‘어이, 여봐! 이거 내려 줘~!’라는 요구를 한도 끝도 없이 반복하는 대상을 놓고 일하는 곳, 그곳은 바로 요양원이다.

침상에서 떨어지면 낙상 위험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셔서 침상에서 내려 주지 않는다고 성화하신다. 녹음테이프를 틀어 놓은 것처럼 한 얘기를 무한 반복하시기에 이미 들은 얘기지만 마치 처음 듣는 소리인 것처럼 듣고 또 들어 드려야 하는 말벗 도우미 그리고 누군가에게 쌓였던 분노를 한없이 쏟아 놓으시기에 달래고 또 달래 드리는 일을 해야 하는 직업, 그것이 요양원 직원들의 일이다.

어떤 어르신은 인지가 전혀 없어 대변을 보시고는 손으로 대변을 만지면서 이불 및 본인 몸에 마사지를하고, 벽에다 칠해 놓는 어르신도 계시다. 그러면 요양보호사들은 어르신들 목욕을 시켜 드려야 하고, 이불은 애벌빨래해서 세탁실로 넘겨야 한다. 아침에 출근하면, 우선 어르신 목욕시키고 L-tube 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경관식 식사를 드린다. 잠깐 서류를 정리하고 오전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드린다. 그리고 점심을 챙겨 드린다. 매끼 식사 때마다약을 챙겨 드려야 한다.

아들딸 같은 요양원 직원들을 종 부리듯 하는 어르신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사회 심리 정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예쁜 리본을 만들어서 수고하는 직원들에게 선물로 주시면서 ‘고맙다, 미안하다’는 분들도 가끔 있다. 그럴 때면 그간의 모든 수고가 눈 녹듯이 다씻겨 내려간다. 그 힘으로 한 달을 버티고 두 달을, 일년을 버티고 또 2년을 버틴다. 아울러 직원들은 힘들었을 때 그 어르신에게 짜증 냈던 일들을 뉘우치면서‘더 잘해 드려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한때는 누군가의 부모였으나 이제는 아들딸 같은 요양보호사들의 아들딸처럼 되어 버린 이들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까? 완벽한 역할 교체 그리고 지금은 수혜자이지만 또 언젠가는 수혜자가 되는 날이 나에게 올 수도 있기에 미래의 나에게 서비스(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봉사(일)하고 있는 것이다. 군인들의 훈련소 선물 중에 가장 인기 있는 것이 초코파이이듯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의 인기 품목은믹스 커피 한 봉지다. 그것이 어르신들이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이고, 또 그 한봉지를 받을 때 가장 큰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신다.

가끔 어르신들이 당신 마음에 드는 어떤 직원을 불러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꼬깃꼬깃 구겨진 믹스 커피 한 봉지를 주머니에서 꺼내어 주시는 적도 있다. 그 의미를 아는 직원은 ‘어르신에게 커피 믹스는 사랑입니다.’ 하면서 감사하게 받는다. 믹스 커피를 받은 직원은 절대 그것을 먹지 않는다. 받은 걸 모아 놓고 다시 어르신께 돌려 드린다. 어르신들한테 믹스 커피는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줄 알기에 나중에 어떤 식으로 든 기회를 포착하여 어르신에게 다시 돌려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성경 마태복음 25장에는 위기를 당한 개인과 가정의 어려움을 나누어 가진 이들과 그렇게 하지 않은 이들에게 하나님께서 영생과 형벌을 선언하는 장면과 자신들은 절대로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장면이 극적으로 대조되고 있는데 이는 관심의 초점 이동이 인간의 운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21세기 최고의 과학적 결과물이 넘치는 시대에 우리는 시대의 좋은 향기만 맡고 살아갈 수 있음에도 음지와 그 틈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안영철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 withinnews@gmail.com

출처 : 위드인 뉴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0047583&memberNo=7039772&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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